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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and Analysis of <파란하늘 빨간지구>


2020년 6월 11일 제21대 국회가 시작된 첫날, 이른 아침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위해 피켓을 들고 모여든 시민운동가들로 북적거렸다. 그들 사이에는 14살인 나 성지현도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님도 목소리를 보태려고 함께 서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국회에 바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기후위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작년 광화문에서 진행했던 청소년 기후시위 때부터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해온 나는 당시 함께 연설자로 참석한 조천호 박사님을 처음 뵙게 되었는데, 이후로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요구하는 각종 활동 및 시위 때마다 다시 뵐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지난 5년간 교내 환경동아리를 만들고, 그린피스 시민활동가로도 꾸준히 환경활동을 해왔는데, 정치와 경제에 맞선 나의 행동이 간혹 한계에 직면할 때마다 잠시 좌절했던 적이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서로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고 있고 우리 나라도 기후위기 깡패국가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고 하니, 어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후위기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원장직을 맡았던 조천호 박사님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후, 변화, 위기, 먼지, 대응, 예측’의 각 장마다 과학자다운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근거로 기후변화가 일어난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해갈지,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지구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는 있을지, 그 새로운 비정상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등을 설명하고 있다. 책은 수많은 사람이 수천년에 걸쳐서 죽음을 맞이했던 지구상의 다섯차례에 걸친 대멸종에 대해 얘기하면서 현재 우리는 6번째 대멸종의 초입단계에 진입했으며, 여기서 우리 인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첫 장 기후편에서는 기후와 인류 출현의 상관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약 1만여년 전 지구는 빙하기를 거치며 여러 자연적인 변화들이 누적되어 조성된 ‘홀로세’, 즉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안정된 기후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지금까지 인류의 문명을 지탱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에 갑자기 기후변화는 왜 일어난 것이며, 미세먼지,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바로 ‘인간’이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찾아내어 그것으로 전기, 물, 가스 등의 에너지를 만들어 인간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했으나 동시에 지구를 오염시키고 온실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인류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상에 무분별한 핵실험을 가하면서 ‘거대한 가속’이라 불리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조천호 박사님은 화석연료를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을 위해 프로메테우스가 훔쳐낸 불에 비유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형벌을 내렸는데 그것이 바로 불행과 근심, 걱정이 가득 담긴 판도라의 상자이다. 호기심과 욕망에 가득한 인간이 그 뚜껑을 열면서 불행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것은 많은 것을 고갈시키고 많은 것을 내다버리면서도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 고민도 하지 않는 우리 인류에게 닥칠 불행을 암시하는 듯하다.


제2장 ‘변화,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와 제3장 ‘위기, 파국은 한순간에 찾아온다’에서 조천호 박사님은 인간의 기후변화 대응의 한계에 대해 얘기한다. 기후위기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한 국가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후변화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는 공과 같아서 계속 가속화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지구의 온도는 상승하게 되고 기후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제4장 먼지 편에서는 지구생태계의 유기적 순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싫어하는 지구먼지의 이동이 사실은 지구의 토양과 해양 생태계를 위해 필수적인 자연현상이라고 한다. 큰 피해를 남기는 자연재해조차도 실상은 지구의 생존을 위한 자구적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결국 지구를 떠나 살 수 없는 우리 인류로서는 지구의 이러한 유기적 순환을 이해하고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살려내어 ‘홀로세’를 지속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극심한 것 같지만, 사실 전세계에서 중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항상 눈으로 보이는 고농도 사례보다는 평상시의 평균농도 누적성이 우리 건강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다. 또, 조천호 박사님은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를 정확히 차별해 설명한다. 미세먼지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기후위기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미세먼지는 5일 이상 가지 않고, 본인이 거주한 특정 지역과 본인 세대만의 문제이지만, 기후위기는 우리 다음 세대까지 끌고가는 인류적인 문제인 것이다.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는 인류의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확대, 그리고 500년 이상 자원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발생했다. 지구의 자정능력도 한계에 다다랐고, 그 가속화 속도는 종잡을 수가 없다. 조천호 박사에 따르면 현재의 자원소비량을 유지하면 우리에겐 지구 3.5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전기, 물, 석유, 가스가 없는 원시적인 생활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 어떤 합의도 실현도 불가능해 보인다. 조천호 박사님은 오히려 더욱 과학적인 예측을 통해 탄소저감 조치 등에 대한 전 지구적인 합의와 행동의 실천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권위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함으로써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제 환경은 한 나라의 국가안보, 나아가 세계평화와 직결되는 문제가 되었다. 그리하여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를 돌아볼까? 코로나19로 사람들의 활동이 정지되면서 자연이 스스로 정화작용을 거쳐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는 기사들도 간혹 접하게 된다. 작년 봄만 해도 최악의 대기질로 아침마다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등교하고, 교실에서도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에너지절약이 무색 하리만큼 쉼없이 가동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많은 논의가 있었고, 자동차 5부제가 실시되고 공공기관 등 일부에선 안정적으로 안착된 듯하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쁘게 돌아가던 공장이 멈추고 쉼없이 이동하던 교통수단들이 감축되면서 하늘은 다소 맑아지고 기온은 잠시마나 과거의 상태를 찾아가는 듯해 보인다.


자본주의사회 시장경제의 핵심은 “무엇이 본인의 의지를 자극하는가”이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한 사람 한사람이 갖는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이기적인 인류는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혜택이 있어야 행동을 하고, 경제적 손실에만 집착하다보니 철저한 기후위기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극히 반대하는 대표적인 현시대 대표인물은 바로 미국의 45번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이다. 최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Alexandria Ocasio-Cortez)는 미국판 그린 뉴딜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에 맞서 “그린 뉴딜은 수백만의 일자리를 죽이고, 가장 가난한 미국인의 꿈을 부수고 소수 민족 공동체에 불균형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에 이런 문장이 있다: “사회적 변화까지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수요를 줄이고 삶 자체를 소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 있어서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다. 물질을 부족하게 살자는 건 아니다. 다만 과잉된 것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꿈만 꿔서는 될 수가 없다.” 감축 기준과 규제 강화,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미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상황만을 모면하려는 임시방편만 궁리해서는 이 위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유튜버, 각종 온오프라인 캠페인활동을 해온 나 역시도 이 책을 읽고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본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떻게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지 뒤돌아보게 하고 본인이 거주하는 나라에 제한된 시선을 전세계적 차원으로 넓히고 전인류의 합의와 협력을 요구한다.


어린 학생인 나조차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음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넘겨주어야 할지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에는 파란 하늘도 볼 수 없는 것일까? 다음 세대에겐 화석연료의 피해만을 고스란히 넘겨줘야 하는 것일까? 지난 7월2일에 있었던 환경부 자원순환 플랫폼 발대식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께서 미세세대 대표로 참석한 나에게 파랗고 건강한 지구 공을 넘겨주는 퍼포먼스를 했었다. 그 때 머리속에 떠오른 질문들이 다시 생각났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지구를 넘겨줄 때, 기성세대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질까? 미래세대인 내가 나중에 기성세대가 되어 미래세대에게 지구를 넘겨줄 때는 어떤 지구일까? 그 때는 인류가 악화시켜온 기후변화와 그 위기가 자연적으로 더 가속화되며 새빨간 지구가 되어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의 다음 세대는 존재하지도 않게 될 것인가?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나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게 될지 알아야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 책임감을 가지고 분명히 고민해야만 한다.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서 미래의 기후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IPCC 기후변화 전망에서 말하는 대로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읽기 전 내가 이 책을 통해 찾고 싶었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각국의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있는데, 인류가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이 책은 나에게 주도적으로 답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인류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알고 느끼는 것부터 시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이것은 미약한 시작일 뿐, 전인류의 반성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각국의 대응으로 증폭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 시스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 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정책제안, 피켓팅 시위, 국회 앞 발언 등의 활동들이 포함되어 이 과정을 더욱 신속하게 하는 것이 나의 미래, 즉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현재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나는 내 활동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심을 더 굳게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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