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온갖 플라스틱과 비닐이 각 가정에서 쏟아져 나온다. 집 앞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물론,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도 우리가 소비를 하면 꼭 함께 따라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쓰레기이다. 최원형의 청소년 소비 특강, 부제 ‘대량 소비가 만든 쓰레기 이야기,’는 소비와 쓰레기 문제가 따로 떼어낼 수 없다는 걸 설득력 있게 말해주는 책이다.
매일 수많은 플라스틱, 비닐로 포장된 배달음식을 시키고는 거의 다 남기고, 하루하루 코로나로 더 쌓여만가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최신폰으로 바꾸는데 엄청난 돈을 쓰고, 인터넷쇼핑은 방콕하면서도 신상품을 무분별하게 구매하게 만드는 소비에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특별 맞춤책이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권장확산되니 우리의 소비로 발생하는 쓰리기의 양은 더없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꼭 필요한 소비도 있지만, 그 소비로부터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밖에서 일어나는 소비, 오염은 줄었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구 환경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잘 안 보이던 곳에서 더욱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위생적일거라는 생각에 그동안 정부에서도 규제해오던 일회용품 사용을 그냥 해제시켜버리고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린 온갖 일회용품을 엄청나게 쓰고 있고 결과적으로 생활 쓰레기가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늘어났다. 이미 쓰고 버린 마스크들만 해도 몇 억장이 넘지만 배달 음식에 따라오는 비닐 봉지들은 수없이 많다. 이런 플라스틱이 바다 속에서, 고래, 거북과 같은 가엾은 생물체의 내장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하니, 인간이 아닌 하등의 생명체라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것이다. 플라스틱은 몇 백년에 걸쳐 분해되는데, 완벽히 분해되기 전에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소금, 물고기, 치약 등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들에서 의외로 자주 발견된다. 우리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1장, 약5g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연구결과 뉴스를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쓰신 최원형 선생님은 현재 우리 사회가 풍요로움을 갖게 된 결과,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는 지구촌 곳곳의 어두운 모습들을 자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순식간에 전세계가 바이러스에 오염되는 초연결 세상에서 ‘내 작은 쓰레기쯤은 별로 상관없어'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정말 정말 곤란하다. 선생님은 ‘생태 감수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데, ‘생태 감수성'이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미래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의,식,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소비만 하지 않는다. 소비를 위한, 과시를 위한 소비도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옷을 예로 들어보면, 옷이 싼 가격에 대량 생산이 되면서 옷을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린다. 그러한 옷 소비의 이면에는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아픔이 숨어 있고, 쉽게 버리는 옷들은 넘쳐나는 쓰레기가 되버린다. 음식물, 플라스틱, 폐기물 등 지구 곳곳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 문제는 사회와 환경 문제들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말인 즉슨,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국제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생산이 필요하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되고, 그 생산된 것들이 다시 자연으로 순환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는 생산된 것이 순환되기는커녕 쌓여만 가고 있고, 이것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필요도 없는 것들을 과잉 생산할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생산자들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대량 생산을 한다. 값싼 노동력과 원료를 구입하여 아주 싼 가격으로 물건을 만들어낸다. 젊은세대들이 좋아하는 패스트 패션(Zara, H&M 등)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 입지도 않을 옷들을 아주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새로운 소비재가 광고에 함께 쏟아져 나오고 소비자는 이를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2020년 2월경 매일유업에 플라스틱 빨대 어택을 실행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업의 CCO로부터 ‘일회용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제품디자인을 개선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받았다. 이 사례는 여러 뉴스와 언론에 소개가 됐고, 나의 실천으로부터 생산자 유발 플라스틱 빨대문제를 이슈화했다. 몇 달 후 6월에는 남양유업에도 플라스틱 어택을 실행하고, 남양본사에서 기업 실무대표들과 제품의 디자인에서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 대체법들을 함께 논의했다.
햄 통조림에 달린 노란색 플라스틱 뚜껑의 용도를 아는가? 제조사에 따르면, 이 뚜껑은 충격 방지용이며, 뚜껑을 닫아도 밀폐되지 않기 때문에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보관용으로 쓰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 뚜껑이 불필요한 생산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았는데, 이번 9월에 ‘스팸뚜껑은 반납합니다’라는 이름으로 CJ 제조사로 내가 모아왔던 뚜껑들을 손편지와 함께 반납하였다.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생산자, 제조자들이 시스템의 변화를 주게 되고 일반인들의 소비생활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언제나 하게 된다. 최원형 선생님은 ‘정말 그래?’ ‘그게 사실일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서 본인과 타인의 인식의 변화를 주는 것을 장려하신다. 바로 이점이 나와 공감되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난 소비 생활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책 한장 한장을 넘기며 소비와 쓰레기의 관계, 이 불편한 진실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세계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 같다. 한 나라, 한 도시, 한 사람의 행동이 전세계에 영향을 끼친다? 생각만 해도 참 신기하다. 이 책은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등 실제 사례를 통해 해결 방안도 제시하는데, 창의적인 견해로 생각해보면 별도의 수고, 비용 없이 부담느끼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나는 텀블러를 내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어디서나 플라스틱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날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날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버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서 내 방 창가에 둘 화분을 만든다. 컵의 뚜껑은 화분의 받침대로 사용하여 아무 쓰레기도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허브화분이 지금은 방안 가득하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허브향이 내방을 채워줘서 정말 좋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지혜로운 소비를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도 있다. 청소년기에 가난했던 분, 친구가 많았던 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분, 모범생이었던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른이 되어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 살면서 반환점과 얻은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보는 이상적인 세상은 어떤지, 그리고 생태적인 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그 부분을 뜻깊게 읽어보며 지금 청소년인 우리가 지구의 작은 변화를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구가 오염의 천국이 되고 있다는 위험 수준을 인지하게 된 몇몇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환경보호 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생산이야말로 소비의 방패라는 말처럼 유무형의 결실들을 내 손으로 만드는 생활 속 소박한 크리에이터가 되어보는 것도 소비 욕망과 쓰레기를 줄이는 멋진 방법이 아닐까?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끝도 없이 많다. 우린 그냥 하지 않을 뿐이지. 시간이 없다, 귀찮다, 힘들다, 돈이 든다… 이런 얘기는 모두 핑계일 뿐이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은 우리의 ‘무한’한 욕심을 영원히 채워줄 수 없다. 지구의 자원은 곧 우리의 자산이 될 소중한 것들이다. 우리가 욕심을 버리고 순수로 돌아갈 때, 우리 인류의 생존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서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말이 있다: ‘내 집에서 안보인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고 끝이 아니야.’ 위급한 어떤 상황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하면, 그래선 안되는데 누군가는 슬쩍 발을 빼고 무임승차를 기다리는 것 같다. 이건 분명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고, 역시도 같이 풀어야할 숙제인 것 같다.